안녕하세요. 어느덧 가을이네요. 오랫만에 맛집후기 들고 찾아왔습니다. 바로바로 제가 뉴욕에 여행갈때마다 가보고 싶었던 Peter Luger's steak house 입니다. 짝짝짝! 피터루거는 스테이크 하우스로는 받기가 어려운 미쉐린 1스타를 몇년 연속 유지하고 있는 레스토랑입니다. 보통 미쉐린은 코스 요리쪽에 많은 점수를 주는 편인데요. 스테이크 하우스가 스타를 받았다니 참 놀라운 일이에요. 그래서 더욱 가보고 싶었답니다. 저는 뉴욕여행을 4번정도 다녀왔는데요. 그동안은 일정이 안맞아서, 일행과 취향이 달라서, 예약을 못해서 등등 여러 이유로 못가다가 결국 가장 최근에 다녀온 여행에서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계획할때부터 여긴 꼭 가야지 했던 터라 예약도 미리미리 잡아놨어요. 130년 전이면 아직 조선시대일때인데 이때 스테이크하우스를 열었다니 뭔가 놀랍지 않으신가요? 1887년 3월 6일에 처음으로 조선영토에서 전등이 경복궁에 켜진 날이라고 합니다. 이런걸 보면 우리 나라는 정말 급속도로 발전한 국가이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ㅎㅎ




1) 예약


보통 외식의 황금시간대로 불리우는 토요일 저녁 6시~8시 타임은 정말 빨리 예약이 채워진다고 해요. 저는 주말을 이용해 뉴욕으로 여행을 간거여서 3주전에 전화를 했음에도 원하는 시간에 예약을 잡지는 못했어요. 전화연결도 한참을 붙들고 있다가 받더라구요. 전화받는 직원이 바쁘게, 빠르게 말을 해서 덩달아 급하게 말해야할것만 같은 분위기였네요. 하하 온라인으로 예약을 받으면 좋을텐데 130년 전통을 자랑해서 그런지 예약 시스템도 매우 전통적으로 전화로만 받습니다. 한국에서 여행오시는 분들이라면 국제전화까지 해서 시차를 고려하고 전화하기 번거로우시니 워크인으로 가셔도 될꺼에요. 완전 저녁때는 줄이 길지만 낮이나 애매한 시간대 4시정도에 가시면 비교적 수월하게 자리를 잡을수있다고 합니다. 예약 시스템은 좀 특이하더라구요. 보통은 저녁 6시 30분에 두명 이런식으로 예약을 받잖아요? 피터루거는 4시 45분, 5시 45분, 6시 45분 이런식으로 한시간 단위로 예약을 받더라구요. 그러니까 4시 45분에 예약자들은 시간에 맞춰 레스토랑에 가면 온 순서대로 자리를 안내받게 되는 것이지요.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시나요? 보통의 레스토랑 처럼 시간에 맞춰가서 안내받는게 아니고 4시45분에서 5시44분사이에 가면 제 자리를 배정받게 되는 시스템이더라구요. 이걸 어떻게 알게되었냐면 예약을 여러번 바꿨는데 매번 시간이 4시 45분 가능하다 혹은 8시 45분 가능하다 이런식으로 예약을 잡아줘서 알게되었어요. 실제로 저는 5시쯤 도착을 했는데 호스트에서 4시 45분예약했다 하니 4시 45분 예약자가 전부 적힌 리스트를 꺼내 체크를 하고 자리를 안내해 주더라구요. 여기서 잠깐, 진짜 놀라운게 아직도 예약을 종이에 직접 써서 받아놓았더라구요. 요즘같은 시대에 컴퓨터도 안쓰고 전화를 통해 종이에 받아 적는다니... 뭔가 전통을 이어나가는것 같아 신뢰가 갔어요. (엉뚱하죠? ㅋㅋ)




2) 레스토랑


위치는 부르클린에 있는데 흔히 부르클린 브릿지 건너면 가는 동네 아니고 윌리엄스버그쪽에 위치하고 있어요. 윌리엄스버그 브릿지 건너면 바로에요. 저는 우버를 타고 갔는데 지하철로도 가실수 있는것 같아요. 레스토랑에서 다시 맨하탄으로 향할때의 뷰가 참 아름답더라구요. 그래서 저녁때 야경도 볼겸 윌리엄스버그 브릿지를 걸어서 건너봤는데, 역시 사람들이 잘 안하는것에는 이유가 있더라구요. ㅋㅋㅋ 걸어서 건너면 다리의 기둥과 안전을 위해 설치된 그물이 시야를 다 방해합니다. 그리고 중간에 자전거 도로와 걷는 길이 나누어지는데 자전거 쪽이 훨씬 예뻐요. 근데 다들 쌩쌩 달리기 때문에 자전거 쪽으로 걷는것은 무리가 있답니다. 이글을 보신다면 윌리엄스버그 브릿지를 걸어서 건너기는 완전 비추합니다. 시도 하지 마시길... 하하 걸어서 건너기에는 부르클린 브릿지가 적합하답니다. 


자, 다시 피터루거로 돌아와서 130년 역사에 걸맞게 직원분들이 아주 클래식한 복장으로 계셨어요. 워싱턴 디씨에서 오래된 레스토랑 Old Ebbit Grill 에 가봤었는데 여기 직원들 복장과 전체적인 인테리어 분위기가 피터루거와 비슷했어요. 이런게 아마도 옛날에 매우 fancy 하다고 여겨지는 스타일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마우이 그랜드 와일레아 리조트의 발레파킹 아저씨들 복장과도 비슷하구요. 아래위로 하얀색에 단추가 달린 그런 유니폼이요. 해군을 연상케 하는 형태의 옷..? Classy 한 고급 느낌을 풍기는 곳에 가면 직원들이 저런 복장을 많이 하고 있더라구요. 직원을 따라 2층으로 안내를 받았어요. 레스토랑이 좀 넓은 편인데 2층에 화장실이 딱 한칸있더라구요. 근데 이게 좀 오래된 건물이라 그런지 엄청 깨끗하고 그렇진 않아요. 그렇다고 막 더럽지도 않고요. 다만, 남녀 합쳐 한칸이라는 점은 쫌 불편하더라구요. 



3) 음식


뭐니뭐니 해도 레스토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이겠죠? 서비스가 아무리 좋아도 음식이 맛이 없으면 또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니지까요. 자리에 앉으면 이렇게 빵과 버터, 스테이크 소스를 가져다 줍니다. 빵을 처음 먹었을때의 느낌은 음.. 역시 읽어본 후기들이 맞구나. 빵이 맛이 없구나. 스테이크에만 집중하는 집인가보다라는 생각이 팍팍 들어요. 일단은 빵이 데우지 않은 차가운 상태로 서빙되구요. 버터 또한 차가워서 빵에 바를수가 없어요. 세가지 빵이 인원수대로 서빙되는데 가운데 빵이 그나마 촉촉해서 가장 먹을만하구요. 아래사진에서 소스쪽에 있는 빵이 그럭저럭 먹을 수 있는 정도에요. 하지만 버터쪽에 있는 빵은 그냥 패스하셔도 됩니다. 많이 배고프시지 않다면요. ㅎㅎ 아님 스테이크를 위해 빵을 아예 안드셔도 괜찮을것 같아요. 하하






점심때 가면 요일별로 런치메뉴가 하나씩 있더라구요. 저는 저녁타임이라.. 그리고 처음부터 스테이크를 먹을 생각이었기에 관심이 없었는데 런치 메뉴도 많이들 드신다고 하네요. 저는 스테이크 2인분만 시켰어요. 블로그 후기들 보면 토마토와 양파를 사이드로 많이 시켜드시던데 왜 이걸 시키는지 이해가 안가서.. ㅜ 그냥 생양파와 생 토마토가 나오더라구요? 저는 보통 사이드로 즐겨먹는것은 creamed spinach (크림 시금치), mashed potato (매쉬드 포테이토), 아님 프렌치 프라이 정도에요. 쫌 진한 크림 맛 즐기시는 분들은 크림드 스피니치 추천해 드리구요. 크림이 느끼하다 하시는분들은 매쉬드 포테이토 정도가 무난 할꺼 같네요. 근데 저는 스테이크 양이 많다는 후기를 봐서 사이드는 안시켰어요. 많이 시켜서 남기는거 매우 선호하지 않는 스타일이라서.... 빵을 먹고 기다리다보면 대망의 드라이 에이지드 스테이크가 나옵니다. 냄새가 진짜 입맛을 막 돋구면서 행복지수가 급 상승해요. 서버 아저씨가 안심 한피스 등심 한피스를 각자의 접시에 덜어주신답니다. 접시가 매우 뜨거우니 조심하세요. 굽기의 정도는 보통 자신이 원하는 굽기보다 한단계 덜 구운 상태로 주문하는것이 좋다고 합니다. 만약, 미디엄을 원하시면 미디엄 레어로 주문, 미디엄 웰던을 원하시면 미디엄으로 주문하시면 됩니다. 왜냐면 접시가 워낙 뜨거워서 먹다보면 더 익는 다고 합니다. 스테이크가 막 나왔을때 좀 더 익히고 싶다 하시면 접시에 쓱쓱 문질러 주시면 더 익어요. 




저는 쫌 고기를 좋아하는 편이고 스테이크도 집에서 종종 해먹는 편이라 스테이크가 느끼하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어요. 근데 일부 후기를 보면 좀 느끼하다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제가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감안하시고 읽어주세요. 


스테이크의 맛은 정말이지 환상이였습니다. 에이지드 시킨 스테이크가 잘못하면 오히려 누린내가 날수도 있는데 이건 뭐... 담백하면서 잡내가 하나도 없는 스테이크였어요. 씹으면 씹을 수록 입안 가득 퍼지는 육즙! 진짜 침이 막 고이는 그런 풍부한 육즙! 한 피스가 좀 두꺼워서 반으로 잘라 먹었는데 전혀 질기지 않고 입안에서 사르르 씹힌 답니다. 이것은 정말이지 인생 스테이크에요. 그리고 신기한것은 미국에 스테이크집에 가면 보통 제 입맛에 짤때가 많았는데 피터루거는 전혀 짜지 않고 딱! 적당했어요. 그리고 소스는 좀 호불호가 갈릴테지만 살짝 새콤한 맛이에요. 소스만 단독으로 먹었을때는 좀 새콤한데 이게 스테이크에 어울릴까? 너무 묽다 하는 느낌인데요. 스테이크와 함께 먹으면 그야말로 찰떡궁합이랍니다. 스테이크에는 산미가 전혀 없어서 소스를 새콤하게 만든 것같아요. 뒷맛을 아주 깔끔하게 싹 잡아줍니다. 스테이크가 느끼하신 분들도 이 소스와 함께 드시면 잘 맞을것같아요. 제 남편은 소스는 안좋아하고 빵에 나왔던 버터를 곁들여 먹었어요. 버터가 스테이크의 고소한 풍미를 증가시켜준대요. 이렇게 한피스 먹고 소스에 곁들여서 한피스 또먹고 하다 보면 어느샌가 뼈만 덩그러니 남아있답니다. 서버 아저씨가 뼈를 잡고 뜯어야 진정 맛있다면서 잡고 뜯으라고 하시더라구요. ㅎㅎ Go wild! 



4) 마무리


음식을 다 먹고 계산서를 달라고 하면 초콜릿과 계산서를 가져다 줍니다. 피터루거는 신용카드는 받지 않아요. 현금 또는 데빗카드만 받습니다. 데빗카드는 한국의 체크카드같은 카드에요. 여행가신 분들은 현금 꼭 넉넉히 챙겨가세요. 가게 안에 ATM이 있긴하지만 이런데서 돈 뽑으면 수수료 붙고 아깝잖아요. (준비성 없어 스튜핏!ㅎㅎ) 현금 결재가 많아서 인지 저는 사실 데빗카드로 낼라고 했는데 서버 아저씨가 돌아오지를 않는거에요. 제가 동양인이고 그래서 여행객이라 현금으로 낼꺼라고 생각했나봐요. 아무리 기다려도 안와서 결국 현금 놓고 나왔어요. 미국에서는 음식값과 함께 팁을 주곤 하잖아요. 근데 피터루거 계산서에 18%정도를 권장한다고 되어있더라구요. 근데 저의 개인적인 생각을 보태면, 사실 팁은 자발적으로 서비스에 감사하며 주는 금액인데 이런식으로 퍼센티지를 유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요즘 뉴욕에서부터 팁을 없애자는 운동도 확산되고 있다고 하구요. 이건 본인이 원하시는대로 주시면 될듯해요. 강제적인게 아니니까요. 저는 주로 세금 전 음식 값의 15%~17%정도 줍니다. 유이하실점은 팁은 서버에게 주는 금액이에요. 음식해준 주방장에게는 돌아가지 않는답니다. 




초콜릿은 평범한 허쉬 밀크초콜릿과 유사한 맛이에요. 정말 스테이크의 맛 외에 다른것들은 크게 공들이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았답니다. 



뉴욕에 여행을 가신다면 피터루거를 가보시기를 강력 추천드려요. 스테이크를 좋아하건 아니건 130년 전통의 스테이크 하우스를 만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또한, 온전히 스테이크에만 집중하는 레스토랑에 더욱 신뢰감이 간답니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수도 있지만 맛을 보시면 '아, 이래서 스테이크에만 집중하는 레스토랑 이라고 했구나.' 하실꺼에요. 또한, 스테이크를 즐기지 않으시는 분이라도 그동안 스테이크에 가졌던 편견을 깰 수 있는 계기가 될수도 있을것같습니다. 저 또한 다시 뉴욕에 간다면 꼭 다시 가고 싶은 스테이크 하우스 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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